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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시상식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시상식 (사진 : minkiza.com)

2008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영화가 탄생했다!
전대미문의 장르, 사상초유의 옵니버스 영화!
여러분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영화!

《한여름밤의 꿈》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벅차올라
여러분에 공개하는 영화의 모든 것!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리에겐 너무 가벼운 그' 이대호

별명계의 제왕 김태균을 밀어내고 자리를 꿰찬 이대호를 두고 사실 말이 많았다. 그간 국내에서 삽질을 반복하고 있던 이대호였고, 또 작전 수행에서 문제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 되고 말았다. 이대호는 미국전에서의 2점 홈런을 시작으로 놀라운 힘을 계속 보여줬고, 그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들이 중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도 우리에겐 너무나 가벼웠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만들었던 이대호. 물론 상대 투수들에게는 정말 지독하게 무거운 그였겠지만.

이용규

이용규의 하트, 용규찬가도 나올듯? (사진 : minkiza.com)

'다이나믹 듀오' 이종욱 & 이용규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리드오프라면 단연 이 두 사람을 꼽을 수 있겠다. 번트의 마술사 역할을 수행했던 이종욱은 정말 대기만성형 선수라서 더욱 감격이 넘쳤을 것이다. 그냥 멀뚱 보고 있으면 이치로와 도플갱어인 이용규도 적절한 활약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사실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승엽이나 이대호같은 홈런타자들의 활약이 크게 빛을 발하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아직도 겁없이 붕 뜨는 번트를 때리고 들입다 달려대던 이종욱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땅볼도 잘못 걸리면 그저 안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이종욱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용규는 일본 타자들을 본딴 스윙을 하면서 훌륭한 활약을 했다. 이용규는 사실 이진영을 벤치에 앉힐만한 인물로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두 사람을 '다이나믹 듀오'라고 칭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공격에서 훌륭한 듀오는 보기 드물다.

'용감한 형제들' 중 류현진

괴물 류현진은 완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진 : minkiza.com)

'용감한 형제들' 중 김광현

일본을 상대로 두 번의 승리를 거둔 김광현

'용감한 형제들'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1986년생 윤석민, 1987년생 류현진, 1988년생 김광현에 이르기까지 '용감한 형제들'은 투수진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석민 어린이'는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더 많이 울었을 것 같다. 그는 선발에서 다시 불펜으로 돌아왔고, 오승환이 아직 완전히 정상이 아니었으며 한기주가 감을 잃은 상태에서 그야말로 불펜의 핵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맞아도 겁없이 찔러넣는 '용감투'는 형제들 중에서도 참 압권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류현진이나 김광현이 밀리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일본 킬러'로 급부상한 김광현은 첫 경기에서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으나 일본을 상대한 둘째 경기에서는 무려 8이닝 2실점의 놀라운 성적으로 호시노 재팬을 무너뜨린 일등 공신이 되었다. 류현진은 캐나다전에서의 완투에 이어 또 한번의 완투를 노렸으나 8.1이닝 2실점으로 아깝게 실패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또 한번의 완투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번 안타를 맞긴 했지만 류현진의 공은 정확하게 꽂혔고, 특히 강민호가 퇴장 당하기 직전에 던졌던 그 강속구는 어떻게 봐도 스트라이크였다. 이미 몇몇끼리 '현진 산타나'라고 부르고 있었고, 새삼 류현진이 뛰는 도시에 살면서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다가 이제 진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꼭 이런 국제대회가 끝나면 찌라시들이 터트리는 기사, '메이저리그의 관심' 하는 것을 그닥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긴 한데 류현진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용감한 형제들은 어디에다 내놓아도 용감하게 던질 것 같다.

이승엽

결승에서도 홈런을 때려낸 '간달프' (사진 : minkiza.com)

'간달프' 이승엽

이승엽은 내내 '사루만'들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의 마력은 이제 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무형의 힘이란 것을 믿었던 김경문 감독의 신뢰 덕분이었을까. 전투에서 수세에 몰린 백색군대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간달프'처럼, 그는 천군만마의 홈런을 준결승에서 날렸고, 뒤이어 결승에서도 날리면서 금메달을 만드는 영웅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영웅이 될 순간이 어느 때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 같았다. 아니, 안다기보다도 본능적으로 그런 인간인 것 같았다.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느니 뭐라느니 해도 이승엽의 배역은 아무래도 간달프였던 것 같다.

'델타 포스' 고영민, 김현수, 이진영, 정근우

'다이나믹 듀오'도 여기에 속하겠지만, 이번 대표팀의 공격은 '델타 포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김현수는 첫 일본전에서 이와세 히토키를 무너지게 만든 한방을 보여주며 일약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고영민은 롤러코스터같은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역시 중요한 순간에 홈런, 안타 등을 뽑아내며 맹활약했다. 특히 2루수로서의 고영민의 수비는 상당히 뛰어났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보여준 마지막 병살타는 사실 국제대회 초년생으로서는 놀라운 침착함이 발휘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이진영과 정근우는 간간이 나와 위기를 벗어나는 활약을 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이대호를 대주자로 대체한 정근우는 이진영의 적시타에 홈으로 뛰어들었고, 작전은 성공했다. 이 델타 포스라는 특공대는 이승엽, 김동주가 부진을 메우며 금메달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했다.

'라이언 일병' 한기주

적진에 포위되고 상대팀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느닷없이 치고 나가는 상황이 되면 '안경 쓴 투수'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던지는 모습을 보아도, 그 투구에는 무언가 문제가 있어보였다. 그렇다. 그는 전신을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문제가 이제 국제대회에서, 통제되지 않는 심리 상태와 맞물려 표면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괜찮아 한기주"를 말해줄 때다. 그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한기주는 그 예민한 심리만큼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짚어냈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의 '형들'은 그를 적진의 포위에서 구해줬다. 그리고 그와 그의 형들은 모두 탈출과 승리에 성공했다. 한기주에게도 감격하고 기뻐할 자격은 있다.

숨은그림찾기

오승환은 어디 있을까요? (사진 : OSEN)

'빛나는 단역' 권혁, 오승환, 장원삼

'특무상사' 역할을 맡았던 권혁은 정말 고비마다 좌타자들을 상대하여 공격의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포커 페이스로 무장한 '돌부처' 오승환은 아직 정상이 아닌 상태였기 때문에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몇 번 나와서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쿠바와의 첫 경기에서 삼자범퇴 처리를 했을 때에도 그랬을 것이고, 분명 그의 존재는 불펜에게는 나름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특히 WBC에서 그의 화려한 볼끝을 경험한 일본으로서는 아마 마음이 퍽 다급했을듯. 장원삼은 네덜란드전에서 완봉투를 하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투수 활용폭을 넓혀주었다. 90마일 안팎에서 형성되는, 속구로서는 그저 그런 수준일지 모르겠지만 장원삼은 자신의 구위에 대한 확신이 있었는지 잘 찔러넣었고, 네덜란드 타선을 완전히 봉쇄했다. 투수들 중에서 이러한 '빛나는 단역'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영화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X맨' 이와세 히토키, 아베 신노스케, G.G. 사토

아무래도 'X맨'들의 활동도 대한민국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이 한기주를 그토록 기다렸다면, 대한민국은 이와세 히토키를 그토록 기다렸을 것이다. 오승환이 2007년에 47세이브로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을 수립하기 전까지는 이와세가 46세이브로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이와세는 올림픽 내내 삽질을 반복했고, 결국 대한민국에게 두 번의 승리를 선사하고 말았다.

이종욱의 황금번트에 당황한 뒤에 '중전 안타'를 선물한 포수 아베 신노스케 역시 많은 한국 야구팬들의 찬사(?)를 받고 말았다. G.G. 사토는 계속 수비의 문제를 보였고, 급기야 미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무너졌다. 적절한 X맨 배치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으레 야구를 하다보면 이런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잘 나가던 영웅이 이런 식으로 역적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가 한기주를 미워해서 안 되는 것처럼, 그들 역시 일본에서 미움받아서는 안 된다. 정작 문제의 진정한 원인은 그들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있었으니.......

호시노 감독의 쓸쓸한 퇴장

호시노 감독의 쓸쓸한 퇴장 (사진 : minkiza.com)

'거성' 호시노 센이치

일본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을 어떤 배역으로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결국 이것으로 찍었다. 그는 많은 제자들을 자기 손으로 키워냈고, 그 제자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호시노 재팬의 주축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와세를 필두로 한 그의 제자들을 줄줄이 무너져버렸다. 미리 뭔가 선전포고를 야심차게 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되는 인간이 없다고 어른들께서 늘 주의를 주시던 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호시노는 그의 팀 사기 충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만, 아주 확실한 무기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부리는 허장성세라는 결과론이 나오게 만들었다.

사실 일본의 무기는 확실했다. "야구라(Yagoora)"의 손윤님은 또 한번의 일본전에 관한 글(http://yagoo.tistory.com/2465)에서 일본 대표팀의 투수진은 7명이 선발로 이닝 소화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었는데, 선발들을 짧게 던지고 얼마 안 되는 불펜으로 승부를 결정지으려고 했던 전략이 실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한국의 박거성과 꼭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호시노 감독은 분명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호거성'의 역할을 10000% 완벽하게 수행했다.

'나쁜 놈 + 이상한 놈 1인 2역' 레이 코토

저 이름이 조금 낯설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 의아한 심정을 감출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좋은 갈매기' 또는 '부산시민'으로 낙점된 존 갈 같은 사람들을 빼놓고 어떻게 레이 코토라는 생판 듣보잡을 이런 데에다가 이름을 올리느냐고. 저 사람은 꽤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거성' 호시노 감독이 있긴 했지만, 그가 아주 더럽게 나쁜 놈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참 나이에 안 맞게 미성숙의 극치를 보여준 것은 있지만, 그것도 패배감에서 비롯된 자괴감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거성에게는 한편으로는 연민도 들었는데 이 레이 코토는 엄밀히 말하면 '조커'일 수도 있겠다. 그는 결승전 주심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스트라익존(strike zone)으로 투수들을 애먹였다. 더 심각했던 것은 같은 이닝에서도 스트라익존이 왔다갔다했다는 점. 9회말 류현진의 공을 잘 잡아주다가 또 볼로 판정하는 그 센스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진영 선수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포수 강민호는 '볼이 낮게 제구되었는지' 코토에게 질문했는데, 코토가 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는 것. (내가 보기에는 항의의 메시지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시간 쿠바 덕아웃은 '하쿠나 마타타'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풍기기 시작했다. 최악의 위기, 1사 만루로 대한민국을 궁지에 몰아넣은 레이 코토는 그 다음 강민호가 퇴장당하면서 보여준 강한 행동(중계를 라디오로 들었기 때문에 다음날에 동영상으로 다시 보았는데,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의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에 쫄아서 그랬을까, 그 다음 정대현이 던진 볼은 잘 잡아주었다. 도대체 이거 '나쁜 놈'인지, '이상한 놈'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가운데 그는 1인 2역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이 영화의 스릴을 한결 더 고조시켰다.

강민호와 이승엽

'이단 헌트' 강민호는 '간달프'의 품에 안겨 한참 울었으리라. (사진 : 마이데일리)

'이단 헌트' 강민호

<미션임파서블>의 주인공, 이단 헌트. 그는 아주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요원이다. 강민호는 주장 진갑용에 밀려 주전포수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만전에서 어이없는 수비(유격수가 2루수에게 그런 식으로 송구하는 경우는 정말 처음 봤다.)에 웃겨서 그랬을까, 진갑용이 1루 주루 도중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결국 강민호가 남은 경기에서 어려운 안방마님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분명 수비에 있어서는 진갑용에 비해 강민호가 한 수 아래이긴 했지만, 그는 공격으로 그것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준결승에서 초반에 보여준 김광현과의 미묘한 불협화음은 보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이닝이 지날 때마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장차 국가대표의 홈플레이트를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결승에서도 류현진과의 배터리는 적절했다. 류현진의 강속구와 서클 체인지업이 강민호의 적절한 리드와 맞물리면서 대단한 위력을 발했는데, 저 망할 놈의 레이 코토가 이상한 볼 판정을 하니 어쩌랴. 강민호의 장래성이 또 하나 여기서 나타나는데,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심판에게 따질 것은 따지는 그 '대담성' 말이다. 그만큼 서러웠으니, 금메달을 따내고 그만큼 울어도 되는 이단 헌트였다. 미래의 캡틴은 아무래도 이 친구다.

'제임스 본드' 정대현

정대현은 올해 SK의 마무리를 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기주에 비해 그 힘이 많이 발휘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그는 4블론세이브로 현재 이 부문 2위이고, '정작가' 소리를 듣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마무리로 놀라운 활약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분명히 인지하게 했다. 올해, 오승환이 멀쩡하지 않고 한기주가 무너진 대표팀에서 셋업은 윤석민, 마무리는 정대현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치열하게 흘러가는 연장 승부에서도 정대현은 잘 막아주었고, 특히 결승전에서 9회말 1사 만루 최악의 상황에서 가운데로 당당하게 스트라이크를 찔러넣는 근성, 그리고 병살 유도는 참 적절했다. 어떤 기사들에서는 이런 정대현에게 '실투 하나 없이' 잘 틀어막았다고 표현했는데, 본인 말에 따르면 율리에스 구리엘에게 던진 두 번째 공(스트라이크)은 완전히 실투였다고.

그러니 참 운도 따르지만, 본인 실력도 놀라운 '제임스 본드'. 참, 제임스 본드의 007도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나오는 편이니, 8년만에 올림픽에서 대활약한 정대현은 제임스 본드가 맞지 않을까? 잠깐, 그러면 그와 불펜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가 나와서 경기를 마무리한 진갑용은 '본드걸'이 되나? 어이쿠야.

마지막 아웃

박진만-고영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병살 장면. 고마워요 구리엘. (사진 : 마이데일리)

'골룸' 율리에스 구리엘

9회말 쿠바 덕아웃은 앞서도 말했지만 보기에는 '하쿠나 마타타'의 분위기였다. 축제 직전으로 가는 와중에서 약간의 긴장감, 설렘이 묻어있었다고나 할까. 앞에서 강타자 알렉세이 벨을 내보낸 상태였고, 구리엘도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말 그를 상대하는 정대현은 많이 긴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정말 무슨 일인가, MBC 해설진은 그토록 '병살'을 염원하고 있었는데 구리엘이 정말 병살을 때려버린 것이다. 박진만의 포구와 송구, 뒤를 이은 고영민의 포구와 송구, 그리고 이승엽의 포구로 쿠바의 축제 희망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절대반지를 되찾을 것 같은 쿠바의 기세였는데 율리에스 구리엘은 정대현의 투구에 무참히 '모르도르의 불'로 떨어져죽은 '골룸'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고마워요 구리엘.

허구연

특별출연으로 대박낸 허구연 해설위원 (사진 : 마이데일리)

'우정출연으로 1인 다역' 허구연

우정출연 역사상 이런 대박은 처음이다. 어쩌면 우정출연으로 조연상 하나는 챙겨갈 것 같다. 평론가상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허구연 해설위원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의 적절한 내래이터, 조연의 역할을 수행했다. "고마워요 존 갈"을 시작으로 하여 그는 어록을 달기 시작했다. 재치 넘치는 입담꾼의 역할이 여기서 나오고 난 뒤, 한기주의 잇따른 실투 이후 MBC 스태프와 호흡을 맞춰 한 "감독 김경문, 주연 한기주" 발언은 사실 이 글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그 말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이것으로 영화평론가의 역할을 수행하더니 그 이후에는 열렬한 응원단장의 역할을 겸했다.

결승전 9회말, "병살이면 더 좋고요!"라는 말이 정말 율리에스 구리엘을 낚았다. 얼떨결에 낚시꾼의 역할까지 겸한 셈이다. 그리고 MBC 해설진은 병살타가 터진 상황에서 "유격수!"라는 말 이후에는 정신을 놓을듯한 해설로 몇 초 간 덕아웃 못지않은 감격을 전했다. 그러니 허구연 해설위원이 이 영화에서 분명히 한 축 아니었을까. 더구나 라디오로 듣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글쓴이 포함) 허구연의 해설이 너무나 경기장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마에스트로에 대한 예우

이것이 마에스트로에 대한 예우! (사진 : minkiza.com)

'연출' 조계현, 김기태, 김광수
'감독' 김경문

이 스태프들에 대한 말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고맙다는 말부터 전해야겠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분명 운도 따랐다. 그러나 그것은 '믿음'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류현진을 9회까지 올린 김 감독의 전략이 실수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또 빌어먹을 레이 코토 때문이었으니까. 김경문 감독은 마에스트로였고, 훈남이었다. '19금 엉덩이 쇼'(?)나 이용규의 하트보다도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와 전략이 더 사람들을 매료되게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은 이 영화를 성공적으로 지휘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 금메달에 대해 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즐거워하는 도중 봉중근은 흙을 떠가고 있었다. (사진 : 연합뉴스)

모두를 위한 영화

선수단, 스태프, 중계진, 그리고 대한민국의 야구, 정말 살 떨리는 그 야구 경기를 보면서 응원한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의 출연진이다. 이 영화는 더없는 성공작이었다. 납량특집과 스릴러에서 코믹과 액션에 이르기까지... 정말 잊을 수 없는 '한 시즌'이었다. '한여름밤의 꿈'은 이루어졌고, 대한민국 야구는 그야말로 땅바닥에 떨어졌다가 '날아서 금메달까지' 갔다. 야구를 사랑해온 사람이건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건 야구에 미칠 수 있었던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대한민국 야구가 보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태극기 휘날리며

태극기 휘날리며 (사진 : minkiza.com)

[덧] 실시간으로 경기를 직접 시청했다면, 나는 울었을 것이다. 마지막 아웃 잡을 때의 MBC 해설진이 유체이탈 해설을 하는 바람에 온 동네가 울리는 것으로 "아, 잡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너무 눈물겨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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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dEye